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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꺼리

[대운하] 낙동강 하구 준설은 카트리나 대재앙으로 가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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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에서 펌질했습니다.



[대운하]낙동강 하구 준설은 카트리나 대재앙으로 가는 지름길

2008. 6. 9. 월요일

최근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가로막힌 운하 계획을 소위 ‘4대강 재정비’로이름만 바꾼 ‘조삼모사’ 꼼수까지 동원하여 어떻게든 공사판을 벌이겠다는 굳건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건설회사 CEO 출신이라는 대통령의 배경을 살펴볼 때, 굳이 필요치 않은 토목 사업을 통해서라도 토건 재벌 프렌들리한 정책을 시도하고 일시적 경기부양을 꾀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지난 글들에서 태풍의 직접 길목인 낙동강하구를 준설하면, 확장된 수로를 따라 바닷물이 대량 유입되어 해당 지역에 해일 피해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만, 구체적인 설명을 원하시는 분들이 계시므로 이에 대해 부연 설명합니다. 


1.  조수가 오르내리는 강 하구는 수심이 얕다.

이명박씨는 지난 대선 당시 경부운하에 대하여 한강과 낙동강을 그대로 이용하고 일부 구간만 연결한다며 공사의 규모와 비용을 의도적으로 축소/왜곡하여 왔으며, 주기적인 준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강 하구는 강과 조류가 운반해 온 토사가 끊임없이 쌓이는 곳으로 거의 매년, 혹은 홍수 직후의 준설 작업 없이 수심 유지는 불가능 합니다. 2007년 12월 12일 부산 국제신문 기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하구 준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강서구청, 6억 들여 수심 2m 확보

운하 찬성 측에서는 뱃길의 수심에 대하여 9m 혹은 6m를 오락가락 하고 있으며, 교각 사이 간격과 수면으로부터 교량 상판까지의 높이가 밝혀진 이후(다리 83개 문제 발견)에는 “화물선의 규모를 줄이면 된다”면서, 애당초의 경제성 논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코미디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준설 및 건설 비용은 골재를 팔아 충당하겠다고 하지만, 강 하구의 토사는 입자가 너무 작아 건설용 골재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위 기사에도 나와 있듯이 골재 수익은커녕, 예산을 투여하여서 겨우 2m 수심을 유지할 수 있었고, 그것도 두 달 만에 토사가 다시 쌓여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즉, 골재가 될 만한 강바닥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는 점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기만행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2. 운하는 육지 구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선박이 통과하는 대부분의 운하와 강 하구에는 jetty (돌제: 突堤) 라는 방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음 이미지는 미국 루이지애나의 MRGO(미시시피강 출구) 운하 하구로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밝은 직선 부분이 jetty이며, 준설의 결과 방벽 안쪽의 수심이 깊어져 훨씬 어두운 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라인강 하류인 로테르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준설한 후 콘크리트 방벽(jetty)을 쌓은 뉴올리언즈 MRGO 운하 하구>

구조물이 전혀 없는 상태의 강 하구는 끊임없이 출구를 변경을 합니다. 이는 강 상류로부터의 폭우가 하구로 흘러나오는 시기와 만조 혹은 해일로 인해서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진 시기가 겹치게 될 때,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하구의 수압이 높아지면 주변 해안 중에서 약한 쪽을 뚫고 나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하도(河道)를 유지할 목적으로 제방 혹은 jetty를 건설합니다.

Jetty 건설의 또 다른 목적은 연안류(沿岸流)로 인한 퇴적의 방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연안류는 해안을 따라서 일정하게 흐르는 연안 바다물의 흐름으로, 강으로부터 빠져 나온 물과 연안류가 수직으로 부딪히면서 유속이 현저하게 줄게 되고, 이 때 토사를 강 하구에 떨구어 놓아 선박 운행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연안류와 강의 출수를 분리할 목적으로 위 사진과 같이 강 하구의 연장 선상에 jetty를 건설합니다. 만약 강의 출구의 기울기가 완만하여 하구의 수심이 충분하지 않다면 먼바다까지 준설구간을 연장하고 jetty 건설을 병행합니다. 즉, 운하는 육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3. 낙동강 출구는 어디?


<낙동강 하구(위), 3번 지역 확대(아래)>


낙동강 하구의 지형을 토대로 배가 다닐 만한 경로를 나름대로 추정해 보았습니다. 낙동강은 1번 지역에서 분기합니다(상단 지도). 갈라져 나온 낙동강(서쪽)은   낙동강 본류(동쪽)로부터 제방으로 분리되어 있는데다가 강폭도 좁고 수심도 낮아 여러 모로 선박 통행에 불리합니다.

가장 통과 가능성 높아 보이는 지역은 낙동강 홍수 통제소 동편 3번 지역(상단지도)입니다. 하단 이미지는 3번 지역을 확대한 것으로, 오른쪽에 낙동강 하구언 구조물이 있고, 중단  좌측에 승용차 1-2대 길이에 해당하는 규모의 배수구가 양쪽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하구언의 구조물을 건드리기 보다는 이 배수구를 변경/확장하여 선박 통행용 갑문이 설치할 가능성이 높으며, 또한 교통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 구간에 들어올리는 다리(draw bridge)를 건설해야 할 것입니다. 뱃길의 준설도 병행되어야겠죠.

이제 준설이 해일 피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논하도록 하겠습니다.


 
 
4. 준설 – 태풍 발생시 더 많은 바닷물의 유입경로





<카트리나 시뮬레이션 (위), 실제 제방 붕괴 지역(아래), 화살표- 물의 흐름>


뉴올리언즈의 카트리나 사례는 준설이 태풍으로 인한 해일 피해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 줍니다. 자연하천은 물살이 구불구불 돌면서 강둑에 이리저리 부딪혀 유속과 에너지를 낮춰주는 반면, 배가 빨리 통행하기 위해 직선으로 뚫은 운하는 훨씬 멀리까지 물의 동적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이는 구불구불한 국도보다 직선으로 뻗은 고속도로에서 더 많은 자동차들이 빠르게 통행할 수 있는 이치와 같습니다. 

카트리나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 결과(상단)는 어느 곳이 홍수에 취약한지 잘 나타내며, 이는 실제 제방이 붕괴한 지역(아래쪽)과 놀랄 만큼 동일했습니다. 먼저 상단 이미지에서 동쪽에서 운하를 통해 유입된 물이 1번 지역 앞에서 남북으로 분리되는 것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해일로 넘쳐난 물은 운동하던 방향으로 계속 전진하면서 급격하게 물길이 굴절된 1번 지역 제방을 부숩니다. 또 남쪽으로 진행한 물살은 갑문에 가로 막혀 좌측 하단의 미시시피강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대신 갑문 앞쪽인 2번 지역을 공격하여 둑을 터뜨립니다.  위쪽 이미지를 보시면 좌측 하단에 위치한 갑문 앞쪽에서 물이 소용돌이 치며 수심이 높아지는 분석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5. 낙동강 하구에의 적용- 물길의 수직 확대

우리나라의 남해안, 특히 경남 해안은 1959년 사라, 2003년 매미 등 심각한 태풍 피해를 끊임없이 받아온 태풍의 직접 경로이며, 이 지역에 운하를 건설한다면 뉴올리언즈의 물 순환 조건과 상당 부분 유사해집니다.  낙동강 하구 준설 이후 가까운 미래에 사라와 비슷한 경로와 강도의 태풍이 올 수 있으며, 또 앞에서 언급한 대로 준설과 함께 jetty가 건설된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노란색 부분이 예상되는 준설 및 jetty 건설 구간입니다.


<준설 및 방벽 설치 예상 지역(노란색), 해일 피해 증가 예상지역(빨간색 빗금)>

준설 작업의 결과 깊어진 수로를 통해 더 많은 바닷물이 낙동강 하구 쪽으로 빠르게 들어올 수 있습니다. 또, 수심의 변화는 파랑 에너지의 감소와 관계가 깊은데, 일반적으로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들 때 수심과 파도의 높이 비가 0.78보다 적어지는 얕은 바다에서부터 파도가 부서지면서 파랑에너지를 잃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하구 지역을 6m 이상 깊이로 준설하면 얕아지는 수심으로 인한 파랑 에너지의 감소 효과가 사라지며, 이 때 하구언과 갑문에 막혀 낙동강 상류 쪽으로의 전진이 불가능해진 바닷물은 하구언 바깥쪽에 몰려 수위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따라서 지도의 빨간색 지역에 해일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추론합니다. 이는 뉴올리언즈 운하의 갑문 앞쪽에서 물살이 소용돌이 치며 수위가 높아진 것과 동일한 현상입니다. 게다가 낙동강 하구 지역은 해일이 좁은 곳으로 몰려드는 깔때기 모양 지형이기도 합니다. 

상세한 침수 수위와 범위는 변경된 수심을 포함하는 기본 설계를 토대로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수행하여 예측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누가 필요한 데이터와 모델을 갖고 있으며, 또 찬성 혹은 반대측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공정한 모델을 수행할 수 있느냐의 여부인데, 필요하다면 차후에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6. 니들이 진짜 원하는게 뭐냐?

본문에서 강 하구 준설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제시하였습니다만, 이상하게도 먼저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운하 추진 측에서는 상상 조감도 이상의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대운하 전도사로 부름 받는 몇몇 학자들 또한 수년 전에는 적극적인 반대론자였으니, 애로사항이 많을 줄 압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운하로 국운융성”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믿을 정도로 그들의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탄에게 영혼이라도 팔았으면 모를까......

박석순 2006년엔 대운하 반대하더니..(클릭)

정동양 교수의 말바꾸기(클릭)

10년 동안 연구했다는 100명의 찬성 측 전문가는 존재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공무원들을 동원하여 운하 반대측의 논리에 대응하려 했다는 것이 김이태 연구원의 양심선언으로 밝혀졌습니다. 적극적인 연구 노력이 없다는 점은 찬성측의 진정한 사업 목적을 의심하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다른 꿍꿍이(특히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를 추측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정보를 독점한 일부 밀실 인사들의 머리 속을 꿰뚫어볼 능력은 없습니다만, 최근 의료보험, 수자원공사, 전기공사를 포함한 공기업의 민영화 방침은 운하 추진의 숨겨진 목적을 가늠하게 합니다. 저는 그들의 궁극적 목표가 하천의 사유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는 공공재의 시장 실패를 논하고 있습니다. 공공재는 특정 개인 혹은 집단에 의한 소비 독점이 불가능하며, 재화의 소비로부터 얻어지는 효용 또한 독점할 수 없는 관계로 시장에 편입되지 못하고 가격이라는 시장의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갯벌은 수질 관리 및, 고기들의 산란장, 또 자연재해를 조절하는 등의 순기능을 갖지만, 누구도 갯벌의 존재로 인한 혜택을 독점할 수 없기 때문에 가격에 메겨지지 않습니다. 새만금 사업 과정에서도 목격했듯이, 간척 이후의 유/무형 효용이 이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더라도, 간척 공사는 새로 얻어지는 토지의 소유를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익을 얻는 주체들은 모두의 재산을 희생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공고히 했습니다. 온갖 거짓 명분이 필요했으며, 사법부는 우습게도 “사업성은 떨어지지만 지금까지 투입한 자금이 아까우니 완공시키라는 판결”로 그들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공재인 하천으로부터 이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사유화뿐입니다. 명목상 운하이건 4대강 정비이건 막대한 재원을 조달할 방법이 없으니 어떻게든 민간 업체들의 사업비를 보상해 줄 방법이 필요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공사비를 지급하는 대신, 업체들에게 하천 구간의 독점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해당 업체는 각자가 소유한 하천에 입장료를 징수하거나, 레져 타운 혹은 별장 건설 계획을 흘려서 부동산 폭리를 취한다든지, 수도를 포함한 물값을 받는 형태로 투자비를 회수하려 할 것입니다. 결국 선박의 통행 여부는 대운하 사업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최근 불거진 상수도 민영화도 하천 사유화 과정의 첫 단계라 의심합니다.

자연 그대로의 하천이 가장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점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선진국들은 인위적으로 개발된 하천을 다시 자연 하천에 가깝게끔 복원하는데 많은 연구비를 들이고 있습니다. 운하 연구는 쓸모 없는 국력과 행정력의 낭비이거나, 혹은 국민들의 관심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기 위한 미끼에 불과할 것입니다.


출처 :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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