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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수입중단땐 투자자-국가 소송 휘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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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수입중단땐 투자자-국가 소송 휘말려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8.05.09 18:28

청와대와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에 대해 재협상 요구를 무시하고 당초 예정대로 오는 15일 새로운 수입위생조건 공포를 강행하게 되면 엄청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이 공포되면 우리나라는 일본·중국·대만·멕시코 등 미국산 쇠고기 수출 물량의 90%를 소비하는 메이저 수입국 가운데 가장 먼저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는 나라가 된다. 미국이 자국에서는 거의 소비되지 않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되는 셈이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될 경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합의를 무시하고,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게 되면 국내에 진출한 미국 육류 판매회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직접 제소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수입 중단시 투자자-국가 소송에 휘말릴 수도=한·미 FTA가 발효된 상태에서 광우병 발생을 이유로 우리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게 되면 미국 정부는 '슈퍼 301조'를 발동해 보복조치를 취할 공산이 크다. 또 국내에 진출한 미국 육류판매상으로부터 '협공'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 협정에는 국내에 진출한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직접 제소할 수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예를 들어 미국의 카길사 등이 지분투자 형식으로 국내에 진출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수입중단 조치로 미국에서 쇠고기를 들여오지 못하게 되면 우리 측의 차별적인 조치로 피해를 입었다며 정부를 상대로 직접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입위생조건 개정이라는 정공법을 회피하고,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무릅쓰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일반 조항에 근거해 수입 중단조치를 내리겠다는 정부의 미봉책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소의 혈액을 이용한 의약품·화장품 수입완화도 협의=한·미 쇠고기 협상결과를 정리한 '합의요록'(기타 교역안전 제품)에는 소에서 유래한 혈액과 혈액제품, 소 이외의 동물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한 사안에 대해서도 한·미 양국이 협의를 진행하기로 한 조항이 있다. 소에서 유래한 혈액제품의 구체적인 유형은 언급이 돼 있지 않지만 농림수산식품부 이상길 축산정책단장은 "소의 혈액을 이용한 화장품이나 의약품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광우병 감염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소의 혈액을 이용한 의약품·화장품 등에 대해서도 조만간 미국의 수입개방 압력이 가시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그동안 화장품·생리대 등 소를 원료로 만든 600개 제품을 통한 광우병 감염 가능성에 대해 "감염사례도 없고 과학적 근거도 없는 '괴담' 수준"이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광우병위험물질(SRM)로 만드는 화장품은 눈이나 피부상처를 통해 광우병을 전염시킬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고, 지난해 대만에서 소의 태반 추출물로 만든 주사를 맞고 광우병 증상으로 사망한 여성이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도 임박=정부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만큼 지금까지 12차례나 광우병이 발생했음에도 미국과 동일한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갖고 있는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도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산 쇠고기는 2003년 5월 캐나다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면서 수입이 중단됐다.

지난해 11월에는 '한·캐나다 소고기 검역기술협의'에서 캐나다 측의 전면 개방 요구에 맞서 우리 정부는 '30개월 미만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협상이 결렬됐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부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수입키로 한 만큼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은 시간 문제가 돼버렸다. 정부 관계자도 "캐나다는 미국과 똑같은 '광우병 위험통제국'이기 때문에 캐나다를 차별대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도축 전 최소 100일 이상 미국에서 사육된 캐나다의 소를 미국 소로 인정키로 해 앞으로 캐나다산 쇠고기의 미국 우회수출이 많아질 전망이다.

◇쇠고기 가공식품 안전도 비상=한·미 쇠고기 협상결과에 따라 앞으로는 미국산 쇠고기가 등뼈 등 몇몇 부위를 제외하고는 연령 구분 표시없이 들어오는 데다 검역도 과거와 달리 전수조사가 아니라 샘플조사 방식으로 전환된다. 검역 안전장치가 대폭 완화되는 것이다. 또 '한우 판매'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우에 대한 소비도 동반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주로 사용될 소시지·미트볼·육포·라면수프 등 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 강진구기자 kangj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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