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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꺼리

정연주 사장이 KBS직원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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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들을 뒤로 두고 떠납니다

KBS 동지 여러분,

5년여 전인 2003년 봄, 초록의 생명력이 차고 넘치던 여의도의 KBS에 발을 들여 놓던 때가 떠오릅니다. 엊그제 같기도 하구요.

그날 저는 '독점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으로' '집중에서 분산으로' '폐쇄에서 개방으로'라는 세 가지 시대정신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 세 가지 시대정신을 KBS에서 실현하기 위해 ◇ KBS 사장의 제왕적 권력을 해체하고 ◇ 회사 지도부에 집중되어 있는 독점적 의사 결정 구조와 경직화된 관료주의 조직의 폐쇄성을 없애는 한편 ◇ 일선 직원들의 독창력과 창의력을 억압하는 과거의 틀을 깨고, 자율과 자유의 공간을 최대한 넓히기 위해 지난 5년여 동안 노력해 왔습니다.

저는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KBS 조직구조를 수직적 위계질서에서 수평적 관계로, 자율과 자유가 제약받지 않는 조직문화로 바꿔, 그 속에서 보도에 성역이 없어지고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된 것만으로도 제 소임의 상당부분은 성취되었다고 보고, 지난 5년여를 행복하고 보람된 제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간직한 채 이제 떠나려 합니다.

그리고 지금 거센 광풍으로 휩싸여 있는 공영방송 KBS를 둘러싼 이 엄혹한 현실에 대해서도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을 믿기 때문입니다. 90년 방송민주화 투쟁 이후 그동안 여러분들이 보여준 공영방송에 대한 치열한 의식과 열정과 헌신을 믿기에, 지난 5년여 동안 여러분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키워온 자율과 자유의 정신을 믿기에, 그리고 광풍이 휘몰아쳐도 그 속에서 굳건하게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키려는 여러분들의 굳건한 의지를 믿기에 저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제 떠나려 합니다.

제 문제를 둘러싸고 그동안 회사 내에서 있었던 일부 갈등과 분열을 이제는 모두 극복하고, 오로지 방송독립을 위한 선한 싸움에 모두가 단결된 모습으로 나설 것으로 믿습니다. 언론의 자유, 이를 구체적으로 지키기 위한 필요조건인 방송의 독립, 그리고 그것이 바탕이 되는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아니 그보다도 공영방송인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키기 위해 하나로 뭉쳐 이 광풍을 헤쳐나가리라 저는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강제로 '해임'된 뒤 사장실에서 농성을 하면서 계속 싸워볼까 하는 생각을 절실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공영방송 독립을 간절하게 원하는 국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정권의 퇴행적이고 파괴적인 방송 장악의 실상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그런 생각을 접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공영방송 KBS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공영방송 KBS를 지키는 일에 저의 존재와 이를 둘러싼 문제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그동안의 견해 차이와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5년여를 되돌아보면, 가슴 아픈 일도 많았고, 터무니없는 비난과 음해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비난과 음해를 통해 오히려 더 강해지고 여유로워지는 역설도 경험했으며, 조악한 권력집단이 되어버린 노동조합 집행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도 있었습니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가슴 아픈 일은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세상을 떠난 민경삼 기자를 비롯하여 유명을 달리한 여러 사우들과의 이별이었습니다. 그들의 영혼에 한없는 평안이 깃들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합니다. 남아 있는 가족들을 보살피는 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8일 공영방송 KBS가 공권력에 의해 무참하게 침탈되고 유린되는 현장을 보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저미게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날 여러분들이 3층 복도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을 사장실에서 인터넷을 통해 보았습니다. 혼자 많이도 울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분노와 절규는 제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습니다.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녁마다 가녀린 촛불 하나씩 들고 회사 앞을 지켜온 그들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떠나려 하니 이제는 많은 일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12월 말 한겨울 칼바람 추위 속에 해발 1,200m 고지에 있는 화악산 송신소에 올라 그곳 직원들과 함께 소주잔을 주고받으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들, 냉혹한 생존경쟁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개그 콘서트 연습장 모습, 마음에 드는 30초짜리 장면을 찍기 위해 30분 이상을 쏟아 붓는, 드라마에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은 드라마 촬영 현장, KBS 드라마가 모든 장르에서 싹쓸이 1등을 한, 불가능을 성취했던 2004년 가을 이야기, 이달의 기자상을 휩쓸어온 보도본부의 경이로운 변화와 성취, KBS WORLD 채널의 중국 진출을 위해 4년 동안 마셨던 술이며, 그 많은 토론과 중국 관리들과의 만남, 수원 센터에서 열렸던 간부 대토론회, 팀제 도입과 지역국 기능조정을 위해 1년여 동안 그렇게 치열하게 진행했던 토론과 힘들었던 사내 의사 취합 과정, 방송법 개정과 공공기관특별법 관련한 온갖 싸움들, 수신료 인상을 위한 노력과 이를 둘러싼 회사 안팎의 갈등과 비판… 이제는 그 모든 일들이 그냥 아련한 시절의 사진첩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삶의 후반부에서 폭포수 같은 축복을 경험했습니다. 그것은 지난 5년여 동안 KBS에서 참으로 좋은 벗들, 참으로 훌륭한 동지들을 많이 만났다는 점입니다.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저는 이 축복만으로도 참 행복하답니다. 앞으로 저의 삶은 그만큼 풍족해질 것이며, 그만큼 덜 외로워질 것입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비록 몸은 KBS를 떠나지만 마음은 오래도록 이곳에 머물 것입니다. 밖에 있으면서 그동안 방송 독립을 위해 지키고자 했던 원칙이 법정에서 확인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며, 글과 활동을 통해 언론의 자유, 방송의 독립,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KBS 동지 여러분

지난 5년 여러분과 함께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2008년 8월 12일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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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후배들아! 두려움 떨치고 자유와 독립의 횃불을 들자!


2008년 8월8일 역사는 이날을 민주를 가장한 독재 권력과, 그 독재권력의 하수인임을 자처하는 사악한 무리들이 한국사회의 자유와 정의, 그리고 민주의 심장인 KBS를 난도질한 치욕의 날, 분노의 날로 기억하리라!

사랑하는 나의 후배들에게 이 사태를 바로 보고 당당하게 그리고 결연하게 우리의 사랑 KBS의 자유와 자존, 독립을 지켜내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작금의 사태는 결코 친정연주 반정연주의 문제도, 양시 양비론이 가능한 명제도 아니며 우리의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천부인권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자율과 독립에 관한 명제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이제 정권에 의한 정연주 몰아내기 폭거는 정연주라는 한 개인에 대한 호불호의 차원이나 지난 5년간의 성과에 대한 평가라는 차원을 넘었다.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계속 서느냐, 권력의 주구였던 기억하기도 싫은 어두운 과거로 회귀하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명제가 되고 말았다.

더 나아가 한국사회가 박정희 유신시대와 전두환 군사독재의 어두운 터널을 뚫고 힘겹게, 그리고 눈물겹게 이뤄놓은 절차적 민주주의와, 모든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본질적인 자유라는 언론의 자유가 송두리째 날아가는 야만과 암흑의 시대로 돌아가느냐, 6.10 민주화 항쟁의 정신을 오롯이 살려 이 소중한 신성불가침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낼 것인가 하는 건곤일척의 상황이 되었다.

정 사장의 지난 5년이 과연 무능하고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이었는가의 문제는 이미 논쟁이 많았으므로 후배 여러분들이 이성적, 합리적으로 판단하리라 믿는다.

다만, 공영방송의 존립 근거가 무엇인가?

◈ 공영방송의 경영철학과 목표는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나 상업 미디어와는 달라야 한다는 점과

◈ 지난 5년간 KBS는 보도와 다큐, 기타 프로그램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신뢰도, 공정성, 영향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 이달의 기자상을 비롯해 많은 대외 공신력 있는 특종상을 휩쓸고 있다는 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헤아려 주기 바랄 뿐이다.

◈ 또한, 정 사장 취임 이후 보도본부를 비롯한 사내 본부의 구성원들에게 최대한 주어진 자율과 자유는 언론기관인 KBS로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는 점과

◈ 보도본부의 경우 각종 인사시스템 (특파원 선발, CDP 등)도 비교적 공정한 자원의 배분과 기회 균등, 투명한 인사와 신상필벌을 구현해 왔다는 점도 소중하게 생각해주길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에 따라서 정 사장의 지난 5년에 대한 평가가 다를 수 있고 특히 정 사장이 노무현 정부의 낙하산인가에 대한 논란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 사장 5년에 대한 성과의 평가, 혹은 정 사장 취임의 정치적 정당성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고 해도 이것이 곧 권력에 의한 KBS 사장의 해임이라는 야만적 폭거를 합리화하는 이유는 될 수 없다.

그동안 노동조합은 정 사장에 대한 반대와 퇴진을 일관되게 요구해 왔다. 나는 이들의 반대 논리와 퇴진요구에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이들의 요구는 어디까지나 KBS 내부 구성원의 견해이고 사내 언론과 표현의 자유라는 틀 안에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 조직이라면 있을 수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작금에 벌어지는 권력에 의한 정 사장의 해임은 노조가 주장하는 정 사장 퇴진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만행이 아닐 수 없다.

공영방송의 독립이 왜 중요한 것인가? 그리고 과거 권력의 시녀였던 국영방송 KBS를 국민의 방송인 공영방송 KBS로 돌려놓기 위해 90년 4월 민주화운동을 포함해 얼마나 많은 KBS 선후배들의 피와 땀과 노력이 있었는가? 대외적으로도 이 같은 공영성의 구현을 위해 방송법의 개정을 비롯해 얼마나 많은 가열찬 개혁 투쟁이 있었는지 사랑하는 후배 여러분도 다 기억하리라 믿는다.

그 결과 KBS는 이제 겨우 옳은 것을 옳다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 꾸짖을 수 있게 되었고, 권력과 자본에 대한 건강한 견제세력으로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반자로서, 사회통합을 위한 공공적 기제로서 영향력과 신뢰성을 갖춘 어엿한 공영방송으로 홀로 설 수 있게 되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무엇으로 보장되는가?

궁극적으로는 구성원 개개인의 양심과 공영적 사명감, 그리고 공영적 뉴스와 프로그램의 구현으로 나타나겠지만 일차적으로는 공영방송 인사의 독립성과 자율성으로 보장된다. 이 인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의 정점에 사장 선임을 비롯한 지배구조가 자리한다.

사장 인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현행 노조가 주장하듯이 사장 선출의 독립성을 담보하는 일이다. 그러나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경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일이다. 아무리 선임 절차가 독립적이었다고 해도 정 사장의 해임 시도에서 보듯, 악의적인 권력이 온갖 제도적 합법을 가장해 폭력기구와 억압기구를 총동원해 해임이라는 칼을 휘두른다면, 아니 휘두를 수 있는 개연성을 항상 열어두고 압박을 가한다면 공영방송의 독립은 공염불이 아닐 수 없다. 선출의 독립성 보장이 무의미하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사내 구성원의 견해 차이에 의한 사장 퇴진 요구와 억압적 권력에 의한 강제 해임은 전혀 그 본질을 달리하는 문제이다.

현재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 사장에 대한 억압과 해임 시도는 정 사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악한 권력이 방송을 장악하고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강력한 시도라는 말이며, 정 사장 개인에게만 가해지는 억압이 아니라 KBS 구성원 개개인에게 곧 닥쳐올 폭거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아니, 이미 그 가증스럽고 가공할 KBS 장악시도는 우리 구성원에게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을 안겨주고 시작했고 그 결과는 구성원들의 취재와 제작에서 위축과 자기검열로 나타나고 있다.

사랑하는 후배들이여!

누가? 지금! 우리의 눈물과 땀과 열정이 배어있는 일터 KBS, 권력의 이름으로 난도질당하고 경찰의 군홧발이 유린하고 있는 우리의 터전 KBS 지켜낼 것인가?

밤새워 촛불을 밝히는 본관 앞 저 선량한 이 땅의 애국시민인가? 한나라당과 정부의 폭거를 규탄해주는 민주당인가?

우리와 함께 하려는 이들의 힘이 고마운 것은 사실이나 누란의 위기에 처한 KBS, 야만의 폭풍이 몰아치는 KBS를 부둥켜안고 지켜야 하는 이들은 바로 우리들이다.

뉘라서 이 거대한 제도적 폭력과 조중동이라는 뿌리깊은 수구언론의 등을 업은 권력에 맞서는 것이 두렵지 않겠는가?

그러나 분연히 떨쳐 일어나야 한다.

지금 바람 앞에 꺼지려 하는 KBS를 지켜주겠다고 어둠을 밝히는 촛불을 드는 시민들과 이 땅의 민주세력을 굳게 믿고 우리는 안에서 자유와 독립의 횃불을 들어야 한다.

지금 역사는 저들의 편인 듯싶지만 돌이켜 역사를 보라!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은 유신의 엄혹한 시대, 신군부의 가혹한 시대를 모두 물리치고 척박한 독재의 땅, 야만의 이 땅을 자유가 꽃피고 언론의 자유를 구가하는 민주주의의 땅으로 바꿔놓지 않았는가?

사랑하는 후배들아!

역사는 우리의 편이며 사악한 무리들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임을 믿자. 우리 안에 도사린 비겁, 두려움 모두 떨쳐버리고 KBS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나자. 공영방송 KBS 수호의 횃불을 높이 들자!


- KBS 선임 기자가 사랑하는 후배 기자들에게 -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1&uid=155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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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결코 권력의 노리개가 될 수 없다

참담하고 허탈하다. 베이징 올림픽 취재, 제작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던 우리에게 정연주 사장의 해임 소식은 마치 자식들이 집나간 사이 집안이 털린 것 같은 충격과 허전함, 그리고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더구나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정사장을 체포한 검찰의 기민성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지난 8일 올림픽 개막에 맞춰 진행된 이사회의 폭거로 권력의 벌거벗은 만행이 예상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수많은 비판과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올림픽 방문에서 돌아오자 마자 정사장 해임을 강행하고, 검찰은 또 기다렸다는 듯이 대한민국 최대 언론사의 사장을 백주 대낮에 체포했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이토록 치졸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이토록 허약한 것이었던가?

더구나 그런 불법적인 만행을 자행한 자들이, 우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작 송출하는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TV로 지켜보면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슬픔과 울분이 뒤섞인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 젊은 선수들의 선전을, 이에 대한 국민들의 열광적인 성원을 마치 자신들이 잘하고, 이에 대해 국민들이 성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렇게 만들어가려는 듯한 저 미련함과 교활함에 전두환 폭압정권의 국민우민화 정책, 3S 정책(sports, screen, sex)의 부활을 예감한다.

우리는 당장 돌아가고 싶다. 당장 가서 민주광장에서, 거리에서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음모를 폭로하고 KBS를 목졸라 죽이려는 저 만행에 맞서 싸우고 있는 동지들과 함께 하고 싶다. 정녕 이대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나 국가기간방송이라는 공영방송의 임무 또한 그 무게가 적지 않음에 눈물을 머금고 취재, 제작에 매진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선전과 투혼을 혼신의 힘을 다해 렌즈에 담아 무단 정치에 고통받고 있는 우리 선량한 국민들에게 전달해 조그만한 희망이라도 주고자 한다.

허나 우리의 마음은 이미 민주광장에 가 있다. 불의에 항거하고 우리의 삶터 KBS를 지키고자 하는 동지들의 주먹위에 우리의 함성을 보낸다. 올림픽이 끝나는 그날 우리는 그 현장에 곧바로 합류해 동지들과 뜨거운 연대로 반드시 무도한 정권의 공영 방송 장악 음모를 분쇄해 나갈 것이다.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사장 정연주를 해임했기 때문이 아니다. 언론인 정연주를 체포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 분노하는 것은 그 비수속에 숨어있는 권력의 더러운 욕망, KBS를 장악하면 국민을 허수아비처럼 갖고 놀 수 있다는 그 시대착오적 욕망 때문이다.

5년 내내 KBS를 흠집내고, 색깔 공격으로 KBS를 매도하고, 온갖 비열한 수단을 통해 정연주 사장을 제거하려던 그 작태가 만천하에 공개되었음에도 이 정권은 ‘방송 장악의 의도가 없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는 소가 웃을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또한 권력의 망동을 견제하고 KBS의 독립을 위해 목숨이라도 받쳐야 할 이사회가 오히려 어느새 권력의 푸들이 되어 법에도 있지 않은 ‘사장 해임 제청’이라는 폭거를 자행한데 대해, 그것도 경찰을 스스로 불러 들여 KBS인들의 의로운 항거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자행한데 대해, 언론자유 수호 차원에서 결코 용서할 수 없음을 밝힌다.

국민의 방송 KBS, 공영방송 KBS가 아직 미흡하고 부족하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시청자들의 따가운 비판이 있다는 점 잘 안다. 그러나 그것은 좀 더 객관적이고, 좀 더 정확하고 좀 더 균형있는 보도와 제작을 해 달라는 질책과 격려이었지 ‘권력의 개’가 되어 ‘정권의 홍위병’이 되어 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하라는 질책은 결코 아니었다.

우리는 다시한번 천명한다. KBS는 정권의 노리개가 아니다. 우리는 결코 정연주 사장 해임을 인정할 수 없다. 우리는 출범 6개월만에 노망한 정권의 KBS 장악 음모에 맞서 가열차게 싸워나갈 것이다.

우리는 올림픽이 끝나는 날까지 취재,제작에 더욱 매진하여 공영 방송 KBS의 품위와 위상을 지켜나갈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라. 그 보도와 프로그램 하나 하나에 권력의 방송 장악 음모를 규탄하는 KBS인들의 분노와 경고가 하나 하나 담겨 있음을..

비록 우리가 좀 더 나은 뉴스, 좀 더 나은 프로그램을 위해 분초를 쪼개가며 방송 제작매달리고 있는 분주한 상황이어서 모든 사람들의 뜻을 모으지는 못했다. 그러나 스포츠취재팀, 외곽취재팀, 영상제작팀, 중계기술팀, 스포츠중계팀, 아나운서팀, TV제작팀, 라디오팀 등 베이징에 출장중인 각팀별로 성명서 제안에 대한 참여 여부와 내용에 대한 대표자 토론을 통해 'KBS 올림픽 방송제작 요원 대다수'는 정권의 KBS 강탈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KBS인이 하나되어 이같은 폭압을 분쇄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함을 확인했다.


2008년 8월 13일

KBS 올림픽 방송단원 중 정권의 KBS 유린을 용납할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하는 KBS인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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