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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꺼리

현직이 전임 대통령 자료에 관심을 갖는 것이 오히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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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자료에 대한 좋은 글이 있어서..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을거 같아 담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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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이 전임 대통령 자료에 관심을 갖는 것이 오히려 위험
(서프라이즈 / 독고탁 / 2008-7-13)


 

대통령기록물(大統領記錄物)이라함은 한마디로 사초(史草)를 말한다. 우리가 사극이나 역사물을 통해 흔히 보았던 낯설지 않은 장면 중 하나가 조정 신료들 뒤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기록하는 사관(史官)의 모습이다. 그 사관의 역할이 바로 사초를 작성하는 것이며 사초란 '공식적 역사편찬의 자료가 되는 기록'을 뜻한다.


이왕지사 말이 나왔으니 사초(史草)에 대해 백과사전에는 뭐라고 써 있는지 살펴보자.


사초(史草) - 백과사전

주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실록 편찬의 자료를 가리키는 말로서, 사관이 직무상 개별적으로 비밀히 작성한 국정 기록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때로는 그때그때의 국가 정사[時政]에 대한 기록을 모은 시정기를 뜻하였으며, 넓게는 실록 편찬의 모든 자료를 의미하기도 하였다.  


고려시대에는 사관(史館:春秋館)이 설치되어 실무자인 직사관(直史館) 4명이 시정기를 작성하였으며, 조선시대에도 고려시대와 마찬가지로 춘추관의 사관이 작성한 기록을 바탕으로 실록을 편찬하였으나, 고려 귀족제 사회가 극복되고 관료체제가 정비됨에 따라 역사편찬과 사초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졌다. 춘추관 관원은 모두 겸직이었으며, 예문관 봉교(奉敎)·대교(待敎)·검열(檢閱) 등 평상시의 사관이 역사 자료를 기록하였다.


좁은 의미의 사초는 봉교 이하 8명의 사관이 교대로 궁중에 숙직하면서 조정의 모든 행사와 회의에 참여하여 정사의 잘잘못과 국왕의 언동, 인물의 선악 등을 일정한 형식을 따라 기록한 것이다. 2부를 작성하여 1부는 임금이 죽은 후 정해진 시간 내에 춘추관에 제출하고, 1부는 개별적으로 보관하였다.


사초는 철저히 비밀에 붙여져 국왕을 포함한 누구도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새 국왕이 즉위하여 선왕대의 실록을 편찬할 때 춘추관에 모아 자료로 이용하였으며 작업이 끝나면 실록 초고본들과 함께 물에 풀어 기록을 없애고 종이를 재생하였다(洗草).


국왕을 정점으로 하는 국정의 모든 일이 기록되어 역사편찬의 자료가 된다는 점은 기록과 평가의 집중적인 대상이 되던 국왕에게 현실적으로 큰 제약을 가했을 것이다. 특히 조선 중기 이후 사족들의 권한 강화는 강력한 언론권과 더불어 이 제도에 힘입은 바 크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조선 중기에 국왕의 정사는 승정원 가주서와 예문관 검열이라는 복수기관, 복수인물에 의해 기록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사초를 작성하기 위해 사관은 국왕에게 올라오는 모든 소차와 장계를 먼저 볼 수 있었으며 왕의 비답이 내려진 정부 행정의 모든 문서를 열람할 수 있었다.


현종이 언관과 벌인 극단적인 대립 상황을 기록하지 말 것을 명령하였을 때 예문관 검열은 즉석에서 왕명의 부당함을 밝히고 그 명령을 둘러싼 논란까지 모두 기록하였다. 그러한 기록들이 모두 사초가 되었다. 정치적 의미가 지대하였으므로 연산군대에 무오사화(戊午士禍)가 일어날 때는 김종직(金宗直)이 작성한 사초가 결정적인 빌미가 되기도 하였는데 이때의 연산군마저도 다만 문제되는 부분만을 뽑아 볼 수 있었을 뿐이다.


사초, 오늘날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했을까

조선시대의 사초의 기능은 오늘날 여러 형태로 분산되어 있다. 국무회의는 국무회의록으로 남을 것이며, 정책과 관련한 각 부처의 결재서류는 해당부처의 관리시스템에 의해 기록 및 보관으로 남게 된다. 그리고 대통령과 청와대, 사법, 입법, 그 외 정치권 모두를 통틀어 일어나고 있는 일의 거의 대부분을 언론에서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소위 '역사(歷史)의 기록(記錄)'이라고 하는 큰 흐름에서 언론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언론이 사실을 올바르게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고, 따라서 바르지 못한 언론이 어떻게 사실을 조작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지 소상하게 밝혀내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우리는 알게 되는 것이다.


조선시대엔 자신에 관한 기록을 사관이 작성하므로 자신의 재임 중 자신에 관한 기록은 열람할 수가 없었다. 선왕이 죽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선왕대의 실록을 편찬하게 하였던 것은 무소불위의 권위와 지배력을 갖고 있는 당대의 최고 권력자로부터 역사적 진실을 온전하게 보전하기 위한 목적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대에는 조선시대처럼 조정에 사관을 두고 기록케 할 수는 없다. 국정이 한 곳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역사적 기록과 자료의 생산 그리고 그것이 알려지고 보관되는 메카니즘이 다양화되고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청와대의 기록물 보존실태 하나만을 놓고 본다면 얼마나 후진적이며 그 자체만으로 과연 이조시대 때보다 낫다고 볼 수 있을까.


 

최소한 조선시대보다 낫도록 만들려는 최초의 시도가 바로 e지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남긴 기록물의 양을 놓고 보면 참 한심한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겨서 알리고 싶은 기록보다 감추고 숨겨야할 기록물이 많았을 터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을 건너 쿠데타를 모의한 기록을 남기겠나 광주에 공수부대를 투입한 명령 기록을 남길 수 있겠나, IMF로 나라 살림을 거덜 냈던 당사자는 기록이란 것 자체를 하지도 않을 캐릭터이니 텅 빈 머리만큼이나 남길 것도 없었을 것 같다. 기록의 정당성은 정권 수립의 정당성과도 맥이 닿아 있는 셈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결정하는 과정과 그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기록 하나하나는 이후 국가발전을 위해 소중한 사료가 될 수 있다. 그것이 해당 부처에서 기안되어 올라온 것이라 해도 그에 관한 종합적인 의견은 관련된 모든 부처의 다양한 의견과 함께 취합되고 결국 최고 결정권자의 판단에 의해 집행 여부가 결정된다.


따라서 그에 대한 고민과 관련된 자료나 분석은 오로지 대통령 만이 보유할 수 있는 자료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것이 모아져 ‘대통령기록물’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잘 보관되어서 후세에서 좋은 역사적 사료로 쓰임을 받거나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바로 참여정부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발의하고 입안한 대통령기록물에 관한 법이다.


 

대통령기록물의 복사본 보유는 정당하다


현 청와대가 전임 대통령의 기록물에 대해 마치 노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청와대 기둥뿌리라도 몰래 뽑아 간 것처럼 난리를 치는 것부터가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전임대통령 기록물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노 대통령의 기록물에 관해서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은 노 대통령이 허락하지 않은 한, 오로지 노 대통령만이 갖고 있는 권한이다. 국가기록원은 노대통령이 열람을 잘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면 되는 것이지 그 자료의 옳고 그름이나, 자료가 성격이나, 자료의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다.


그리고 대통령 재임당시의 기록물에 대하여 복사본을 보유하는 것은 정당하며 그것이 법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만약에 노 대통령 재임시 'BBK의 진실'에 관한 문건이 여러 기관에서 올라와 대통령실에서 취합되었는데 그것이 대선 바로 직전이어서 당시 청와대에서는 공개하지 못하고 그냥 묻혀버렸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이 기록물이 현재 국가기록원에만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어떻게 되겠나? 현 정부는 기를 쓰고 그 내용을 보려고 할 것이고, 보고나면 무슨 수를 쓰든 파기하든지 아니면 변조하려고 할 것이 아니겠는가. 권력기관인 검찰도 꼬리 내리고 알아서 기는 마당에 하물며 국가기록원인들 원본 그대로 보존하리라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중대한 자료에 대한 사본을 별도로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그 사본은 누가 갖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며 정당한지, 두 말하면 잔소리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이 허락하지 않는 자료에 대해 열람하려 하거나, 조사를 하겠다는 둥 관심보이는 것 자체가 위법을 하기 위한 행위와 다름아니며, 오히려 그러한 것을 못하도록 법으로 막아야 한다.


자기가 재임시절에 만든 중요한 자료 자기가 잘 알아서 보관하세요. 이게 정답이란 얘기다. 그런데, 그 중에서 국가와 후세를 위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겠다는 것은 최대한 모아서 기록원에 보관합시다. 그래야 우리 후손들이 선조들의 발자취를 이해하는데 최대한 도움이 될 것 아니겠느냐.. 이게 바로 노대통령의 생각이고..


전임 대통령의 비밀등급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에게 있어 전임 대통령이 퇴임 후 환영받았던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에 대해 별로 생각이 없었겠지만, 전임 대통령 역시 청와대 경호실의 경호를 받아야 하는 만큼 국가적으로 중요한 위치인 것은 말할 필요가 없으며 그 만큼의 중요한 자료를 관리하고 유지할 자격은 충분하다고 보아야 하며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옳다.


오히려 우리는 현직의 MB가 국가 최고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왜일까.    그것이 비극이다.

ⓒ 독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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