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꺼리

(펌) 용산 참사, 이건 국가범죄다 / 오창익

반응형

 

강제진압은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주재한 회의가 끝난 지 5시간 만에 시작됐다. 농성 시작 24시간 만이다. 상황을 풀기 위해 대화와 타협을 유도한다거나 자진 해산 기회를 준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경찰은 수십 차례에 걸쳐 해산을 설득했다지만, 설득이란 말은 그럴 때 쓰는 게 아니다. 경찰은 자극적인 선무방송을 일방적으로 했을 뿐이다.

...

그제 새벽 경찰은 1800명을 투입해 겨우 30여명뿐인 농성장을 덮쳤다. 쇠파이프를 든 특공대가 앞장섰다. 안에 사람이 있는데도 크레인에 매단 컨테이너 박스로 가건물을 부숴버리는 가공할 폭력도 휘둘렀다. 경찰의 주장처럼 그곳에는 시너 등 위험물질이 있었다. 아예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이었다. 위험물질 제거 등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기본적인 조처도 없었다. 추락에 대비하는 매트리스도 없었고 소방차, 구급차도 없었다. 투입된 경찰관도 목숨을 잃을 정도로 엉터리였다.

...

국가가 시행하지 않는 재개발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인간의 분쟁이다. 갈등과 분쟁은 늘 있기 마련이지만, 아무 때나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중립적 조정자 역할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약자를 편들어야 한다. 그게 아니면 국가의 역할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인간의 분쟁에 대해 국가가 이번처럼 선제공격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국민 일반에 대한 전쟁선포와도 같다. 이명박 정부는 번듯한 자기 건물 한 채 없는 중산층과 서민들은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속내를 이번에도 감추지 않았다.

참사 이후에도 경찰은 유족의 가슴에 피멍 들게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시신을 빼돌렸고, 동의는커녕 통보도 없이 시신에 칼을 대 부검을 했다. 시신이라도 보겠다는 유족의 한 맺힌 호소는 새벽까지 외면당했다.

...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큰 존재이유인 경찰과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그리고 70대 노인을 비롯해 6명이 목숨을 빼앗겼다.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은 사람들이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끔찍한 국면이다. 국민이 직접 정권의 불의와 폭압에 저항하는 길 말고 다른 좋은 방법이 있을까?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기사원문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4617.html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