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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꺼리

"이명박 지지율 추락 고소해 하기엔 상황이 너무 심각" 전문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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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7일 자신의 팬클럽 '시민광장'에 올린 글 전문입니다.


시민광장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시민입니다.

모두들 건강하시죠? 막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올 여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시죠? 게시판에서 여러분이 나누는 대화 잘 듣고 있습니다. 촛불집회 다니느라 고생하시는 모습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마음만 함께 했습니다. 촛불집회를 정쟁으로 몰아가려는 고약한 사람들에게 빌미를 줄까 두려워 몸은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저는 두문불출 집에서 지냅니다. 가끔 낚시를 갈 때 말고는 외출을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제 문제를 두고 여러분이 논쟁을 하시는 장면도 여러 번 보았습니다. 오늘 그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당분간’ 저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당분간’ 저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당분간’이 얼마만큼 긴 시간이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깊은 뜻이 있어서 이런 판단을 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 있기 때문에 내린 결정입니다.

지난해 여름 여러분은 저와 함께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경선을 치렀습니다. 자원봉사와 후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여러분 덕분에,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좋은 기억이 우리 마음에 남았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 경선에 참가한 것이 저 개인에게는, 어찌 보면 작고 어찌 보면 제법 큰 ‘금융사고’를 남겼습니다. 본경선 시작 후 한 주만에 레이스를 포기한 탓으로 충분한 경선자금을 모으지 못했고, 그때 차입해 쓴 돈 일부가 개인채무로 남은 겁니다. 열심히 일해도 제법 긴 시간이 걸릴만한 액수입니다.

이 문제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습니다. 오직 저 혼자 해결해야만 합니다. 제가 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시간과 맞바꾸는 것 하나뿐입니다. ‘배운 도둑질’이 글 쓰는 것밖에 없는 만큼, ‘당분간’ 제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읽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쓰는 데 집중해서 써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당분간’이 ‘영원히’로 가는 사태를 피할 수 있으니까요. 스스로 저지른 ‘금융사고’ 하나 수습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일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정대로 다음 학기부터 경북대에서 ‘생활과 경제’라는 제목의 교양과목 강의를 합니다. 경북대에 자리를 받는 게 아니라 그냥 시간강사로서 세 시간짜리 강의를 하는 것이죠. 선거 때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이건 해야 합니다.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 수성구에 ‘연구소’ 간판을 건 사무실을 열고 유권자들과 부지런히 ‘스킨십’을 하라고 많은 분들이 권하셨는데, 이것은 ‘당분간’ 할 형편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구에서의 활동은 ‘당분간’ 학술연구와 강의에 국한될 것입니다. 때로는 다른 곳에서도 특강을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제 돈 쓰고 다니면서 하는 강연은, 죄송하지만 역시 ‘당분간’ 할 수 없겠습니다. 회원 여러분들이 종종 지역 오프라인 모임에 와달라고 하시는데, 이렇게 하다가는 ‘당분간’이 하염없이 길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온라인 소통을 가끔 하는 정도로, 너그럽게 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시민광장 회원으로 여러분과 온라인에서만 만나고자 합니다.

긴 세월 동안 열성을 다해 도와주셨던 회원 여러분에게 이런 ‘구차한’ 사연을 굳이 말씀드려야 하는가 싶어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사정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제 행동을 여러분이 이해하실 수 없을 것 같아서 정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앞으로 시민광장 회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여러분과 온라인에서만 만나고자 합니다. 모쪼록 널리 혜량하여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정치인 유시민’이 ‘회원 유시민’이 되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많이 있을까요? 지금 하시는 것처럼 때로는 모금과 신문광고 같은 정치적 사회적 공동행동도 하고, 그동안 맺은 인적 네트워크를 살려 동호회 활동도 하고, 그렇게 해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이건 토론이 좀 필요할 겁니다.

6월은 그냥 이렇게 보내려고 합니다. 7월부터는 강의준비와 집필준비에 착수합니다. 어떤 책을 쓰게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교양과 재미, 거기에 감동까지 있는 좋은 책을 쓸 수 있다면 짧은 기간에 문제의 ‘금융사고’를 다 수습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렇게 좋은 책을 쓸 수 있을지 확신은 아직 없습니다. 저의 공부와 사색과 노력의 결과가 얼마나 큰 시장가치를 얻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하여튼 열심히 하겠습니다.

끝으로 한 가지 걱정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하는 것을 보면서 처음에는 ‘잘코사니야!’ 하며 고소해 하신 분들이 없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심각해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 잘 소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집권세력 내부에서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합니다. 대통령과 장관이 소통하지 못하고 장관과 수석들이 소통하지 못하며 장관과 공무원들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에서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각종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이 중단되는 사태를 보면서도, 해결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정부에서 누구 하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아도 분명히 그렇습니다. 이렇게 가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말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되면 대한민국은 자칫 정치적 정책적 무정부상태에 빠질지 모릅니다. 이는 국민 모두에게 불행을 안겨줄 뿐입니다.

무슨 해법이 있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너무나 걱정이 되기에 여러분과 그 걱정을 나누려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은 걱정을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나은 해법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더욱 더 진지하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살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지난 시기 보살펴 주시고 성원해 주신 그 모든 일들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글 올릴 때부터는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출처 : 시민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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