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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꺼리

자원 부국 볼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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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더미 위에 앉아있는 당나귀'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자원 부국 볼리비아가 유럽 제국들과 다국적기업들로부터 수세기 동안 시달려왔던 착취의 역사를 종결하고 에너지 자원의 전면적인 국유화에 성공했다.
 
  지난 2006년 1월 볼리비아 대통령에 취임한 원주민 출신 에보 모랄레스는 그 해 5월 1일 볼리비아 에너지 자원의 국유화를 천명했다. 볼리비아 정부의 국유화 정책에 따르지 않으면 투자금 전액을 반환해 줄 테니 6개월 내에 보따리를 싸라는 강경한 경고를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에게 보내면서였다.
 
  그 후 스페인계 에너지기업을 포함한 몇몇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은 볼리비아 정부의 국유화 정책을 받아들이고 잔류를 결정했다. 그러나 볼리비아산 천연가스의 최대 수입국인 브라질 국영
페트로브라스
는 철수라는 강경책으로 국유화에 맞섰다. 페트로브라스는 자신들이 볼리비아 내에 구축한 인프라와 입지를 고려할 때 모랄레스가 투자금 전액반환이라는 초강수를 쓰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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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가스수출기구 발족을 선언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정상들(왼쪽부터)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하지만 볼리비아 정부는 지난 13일 페트로브라스가 지난 1999년 투자한 1억400만 달러 상당의 투자금을 두 차례로 나눠 전액 현금으로 반환해 줌으로써 에너지자원 전면 국유화를 사실상 종결지었다.
 
  이로써 볼리비아에서 생산되는 석유와 가스 등 모든 에너지 자원에 대한 생산과 판매 권한을 볼리비아 정부가 완전히 장악하게 됐다.
 
  부패한 지난 정권들이 해외 다국적기업들과 담합해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천연가스와 석유를 판매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국제시세에 합당한 가격에 수출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볼리비아 정부는 지난 2005년 기준 3억 달러에 불과했던 에너지 관련 수익이 2007년에는 20억 달러가 넘는 추가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국가재정에 여유가 생겨 각종 극빈자 구호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볼리비아에서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주도로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 3개국 정상들이 회동해 에너지 통합의 시작이라고 평가를 받은 흥미로운 협정 하나를 체결했다. 남미가스생산판매기구(OPEGASUR)발족이 그것이다.
 
  이 기구의 발족으로 이제 볼리비아산 가스의 개발과 생산, 처리는 물론 판매까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3국이 공동으로 관리하게 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차베스는 일차적으로 6억 7000만 달러 상당의 에너지개발 관련 투자를 약속하고 볼리비아 전역의 에너지자원 개발을 책임지겠다고 호언했다.
 
  차베스는 이어 "우리는 볼리비아 자원을 활용해 이익을 남길 의도가 전혀 없다. 다만 에너지 자원을 개발해 볼리비아 국민들에게 그 혜택을 골고루 안겨주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모랄레스가 강력하게 에너지자원 국유화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배후에는 자금과 기술을 보유한 차베스 대통령과 네스또르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있었던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볼리비아 천연가스의 액화 및 기체화 처리 설비투자에 4억 5000만 달러를 투입하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가기로 합의했다.
 
  모랄레스는 "이번 조치로 에너지를 통한 중남미 통합의 기틀을 만들었다"면서 "볼리비아가 이제서야 착취자들이 아닌 진정한 동업자들을 만났다"고 만족해했다.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의 파격적인 지원과 협력에 힘입은 모랄레스는 에너지자원 국유화 선언 이후 잔류를 결정한 서방기업들을 향해 "오는 8월 20일까지 새로운 투자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기존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지난 수세기 동안 볼리비아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이 쥐꼬리만한 투자로 천문학적인 영업수익을 챙겨갔으니 이에 상응하는 투자를 계속하든지 아니면 모두 보따리를 싸라는 최후통첩이다.
 
  한편 현지 정치 평론가들은 볼리비아산 천연가스의 최대 소비국인 브라질이 국영 석유 철수에 이어 이번에 출범한 남미가스생산수출기구에서 배제된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차베스가 볼리비아산 천연가스까지 장악함으로써
에탄올
생산에 올인하고 있는 룰라 대통령을 압박해 중남미 대륙을 관통하는 가스관 공사를 예정대로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아예 차제에 중남미통합 프로젝트에서 브라질 카드를 포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 그것이다.
 
  아무튼 이제 공은 브라질의 룰라 쪽으로 넘어간 형국이다. 볼리비아산 천연가스를 포기하고 에탄올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룰라의 선택이 무엇일지에 베네수엘라와 아르헨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레시안 김영길/프레시안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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